재미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It’s Getting Too Expensive to Have Fun)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펀플레이션(fun+inflation) 용어를 쓰며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부터 스포츠 경기, 놀이동산 입장료 등 오락 비용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재미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공연·여행·외식 등 오락 비용이 치솟는 현상을 일컫는다. 올해 북미 투어 공연의 입장권 평균 가격(120.11달러)은 지난해보다 7.4%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는 27% 비싸졌다.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 물가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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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비용이 비싸지는 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26)씨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다른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 공연 티켓 가격이 워낙 비싸져서다. 이씨는 콘서트 VIP석 티켓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7만~8만원은 올랐다며 팬들은 어렵게 티켓을 구하고 나면 오늘부터 굶는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찾아가는 올콘(all+concert) 해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콘서트 세 번에 한 번꼴로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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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공연예술관람료는 1년 전보다 6.3% 비싸졌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8%)을 크게 웃돈다. 뮤지컬 페라의 유령 등 지난 상반기 티켓 판매액 상위 5개 공연의 객석 최고가는 평균 19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극장가도 2020년 초부터 영화관람료를 인상했다.
비용 부담에 오락을 포기하는 소비자도 나타난다. 대학원생 조재은(26)씨는 극장에 가기 전에 영화에 관한 숏츠‧리뷰를 꼼꼼히 살핀다. 재미가 보장되지 않은 영화에 돈을 내기는 아까워서 극장에 가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가격 대비 효용을 따지는 기준이 까다로워진 점도 한몫했다. 직장인 기찬민(26)씨는 예전보다 '가성비'에 신경을 쓴다. 가격 대비 실망이 클까 봐라며 관람료 부담이 적은 공공 전시관과 박물관을 예전보다 자주 찾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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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번 올라간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OTT 구독 등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이 굳어지면,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를 유인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락·문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 이를 누릴 수 있는 계층이 제한될 수 있다며 지원금이나 할인 등으로 취약계층과의 소비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