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고객콜센터. 건물의 2개층을 사용하는 콜센터에는 상담사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칸마다 위치한 직원들은 저마다 헤드폰 너머로 고객과의 상담에 분주했다.상담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점심을 포함한 9시간 정도. 직원들은 개인당 하루 평균 120건에 달하는 문의에 응답한다.
평균 상담 시간은 2분30초쯤. 전기 요금에 대한 간단한 질문부터 이해가 까다로운 전기 설비에 대한 문의도 평균 시간 내에서 대부분 해결됐다.
지난 9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의 정부콜센터 모습/사진=뉴스1하지만 '특수 케이스'는 있었다.
전체 상담 건수를 고려하면 일부였지만 1시간 이상, 때론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근거 없는 꼬투리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전화한 '아주 특별한 고객들'이었다.
이른바 '악성 고객'. 이들 중 상당수는 불만이나 항의를 넘어 '재테크' 차원으로 기업에게서 한 몫 챙기려는 블랙컨슈머로 분류된다.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를 '먹잇감'으로 노리며 수단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이선우 한국전력 서울고객센터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팀장은 "다양한 문의 가운데 소중한 고객의 조언과 충고도 있지만 '악성 민원'도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무차별 공격법은 다양하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여직원을 상대로 하는 성희롱이 비일비재하다.
이 팀장은 "욕설 없이도 비꼬는 말투로 자존심 상하게 하고, 이유 없이 걸어 오는 장난전화도 많다"고 귀띔했다. "상담하는 어투로 말하지 말라" "하나 둘 셋 안에 대답해라" 등 콜센터 직원에 대한 '명령'도 부지기수다.한 콜센터 직원은 "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이다"고 말했다. '처절한 외침'으로 들렸다.